메아리 저널

유비트 니트 감상​

충분히 많이 (20판) 했다고 생각이 들어서 한국 발매 5일… 아니 자정 지났으니까 6일 만에 소감을 써 본다. 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재탕을 하자면 저는 유비트 지난 14개월동안 하면서 40만원 가까이 유비트에 갖다 바친 사람입니다. 유비트가 지급률 0%짜리 대형 저금통이라는 얘기가 농담이 아닌듯 orz

코나미 개새끼

뭐 당연한 얘기지만, 이번 버전부터 스코어 데이터가 유료화되었기 때문에 (…) jubegraph도 수동 업데이트로 바뀌고 점수 관리도 도저히 할만한 물건이 못 되게 되었다. 일단 나는 수동으로 텍스트 파일로 만들어서 관리를 하고는 있지만 역시 한계가 있고, 한 번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이미지 파일을 분석해서 점수 정보를 자동 관리해 주는 뭔가를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이것때문에 애초에 관심도 없는 스마트폰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니… orz)

유료화 정책은 유비트 오리지날 때부터 심각하게 고려되어 왔던 걸로 보인다. 애초에 오리지날 시절에도 “이거 코나미가 잘 될 것 같으면 유료화하지 않겠냐”라는 우려가 있었으니까, 현실로 드러났어도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비트가 일본 바깥의 다른 국가에서도 공식적으로 수입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소액 결제 시스템이라도 만들어 놓고 유료화를 할 것이지… 하는 생각이 든다. (또는 일본에서만 많이 쓸 핸드폰 상에서의 열람 같은 것만 유료화를 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해 왔고 이걸 또 둘러 가는 방법도 꽤 있었던 것 같지만…) 솔직히 한 달 사용료 400엔 쯤이면 유비트 하는 돈에 비해 많이 큰 것도 아니니 아주 못 할 것도 아닌데 결제 방법이 골때려서… 흑흑.

레벨 8이 카오스

유비트는 본래 해금 등의 요소가 전곡 플레이를 권장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어쨌든 전곡 순회를 한 번 정도는 해야 하는데, 나 같은 경우에도 지금 레벨 8 이상의 신곡은 모두 돈 상태이다. (그리고 앞으로 패턴 150개 정도 남은 듯;) 아직 레벨 7은 못 해 봐서 모르겠는데, 지금까지 한 곡들의 상황을 볼 때 확실한 것은 유비트도 드디어 난이도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구나… 이다.

본래 리듬게임에서 “난이도”라는 시스템은 다소 주관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다. 40 이상의 레벨이 완전히 엉망이 되어 버린 팝픈뮤직이나, 레벨 최대치가 몇 번 바뀌어 지금은 12가 최고치가 된 비트매니아 IIDX라거나 하는 걸 보면 난이도를 잘 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가 잘 보인다. 유비트 니트도 잠깐이나마 레벨 최고치가 15로 바뀐다는 루머가 있었으나 별 변경사항은 없는데 (다만 스미다강 같이 레벨이 재조정된 곡이 조금 있다), 레벨 8의 경우 곡 수가 두 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곡들 사이의 난이도 차이가 다소 벌어진 것 같다.

니트에서 새로 등장한 레벨 8 신곡들의 가장 큰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사람 손을 꼬아 놓는 패턴”이라 할 수 있다. 무울론 유비트 자체가 손 꼬이는 채보로 난이도를 조정하는 경향이 있고, 레벨 7 이상의 곡은 무조건 그 곡에서 가장 어려운 패턴이 어디 나오는지 정도는 기억해 둬야 한다는 철칙이 있긴 하지만(…) 이전 곡들과 비교할 때 의도적으로 치기 귀찮은 패턴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감이 있다. 두 가지 예를 들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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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패턴은 1행과 4행을 동시에 누르는 패턴이 연속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몸을 비틀어야 쉽게 누를 수 있는 패턴이다. 가운데의 패턴은 한 열 전체를 모두 눌러야 하는 것으로 보통 위의 두 개랑 아래의 두 개를 두 손으로 각각 눌러야 하지만, 다른 패턴과 함께 나타날 경우 누르기 쉽지 않아진다. 오른쪽의 패턴은… 보시다시피 J라는 글자이다. (…)

물론 이런 류의 패턴이 아예 안 나온 적은 없다. 이를테면 가운데에 나오는 한 열 전체 누르는 패턴은 あいのうた에서 다른 것들과 섞여 나오기도 하고, H라거나 S라거나 하는 글자는 너무 많이 나와서 세기도 힘들다. 하지만 1행과 4행을 함께 눌러야 하거나 해서 몸을 비틀어야 하는 패턴의 수가 니트 들어서 상당히 늘어난 것은 확실하고, J 패턴 같은 경우 한 곡에 네 다섯번인가 계속 나와서 무슨 세뇌 교육을 시키려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물론 코나미 측에서 의도적으로 이런 식으로 패턴을 설계했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난이도를 제대로 조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 기존의 레벨 8 일부를 7로 옮기거나, 거꾸로 신곡 레벨 8 일부를 9로 옮기거나 했어야 할 것이다.

유빌리티는 알듯 모를듯

본래 오리지날 유비트에서는 돈만 열심히 투자하면 주는 그레이드 포인트 외에도 클래스를 올라가기 위해 필요한 난이도 별 평균 점수 메트릭이 있었는데 (물론 마지막 SS 클래스는 엑설런트 하나 달성-_-이었지만…) 이것이 좀 더 체계적으로 발전한 것이 유비트 리플즈의 Total Best Score, 즉 각 패턴 별 최고 점수를 합산한 것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유비트는 전곡 플레이를 매우 권장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모든 곡들을 클리어했을 것은 당연한 일이라, TBS는 상당히 그럴듯한 플레이어 메트릭을 제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전체 곡을 한 번만 플레이하는데도 100 크레딧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귀찮음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어려운 곡들만 파고 TBS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서, TBS가 절대적인 메트릭으로 사용되기에는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물론 나같이 실력이 거지같아서 TBS를 줄창 파려는 사람도 있긴 하다. 그리고 3.3억 TBS = 전곡 엑설런트 달성 같이 상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유비트 니트의 유빌리티(jubility) 메트릭은 안 그래도 곡이 계속 늘어나면서 무쓸모해지고 있는 (팝픈뮤직에 비슷한 게 있다고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를듯) TBS를 대체하기 위한 새 메트릭으로, 0.00부터 10.00까지의 수치로 표현되며 최근의 플레이 결과에 비례하여 올라가거나 내려간다고 설명된다. 물건너 사람들의 추정에 따르면 이 수치는 최근에 플레이한 곡의 레벨 및 결과 점수에 비례하는 것이 거의 확실한데, 결과 점수가 완전히 선형적으로 반영되는 건 아니고 SSS(98만점 이상)만 찍어도 가중치가 1.0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론적으로는 레벨 10짜리 SSS만 계속 찍으면 유빌리티 10.00을 만들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만약 이런 류의 시스템을 구현했다면 분명히 exponential decay, 즉 각 플레이로부터 받아낸 값과 이전 유빌리티 값을 (1-p) 및 p라는 비율로 더해서 새 유빌리티 값을 얻어내는 형태로 만들었으리라 생각하는데1 아마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코나미 쪽에서도 그렇게 구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안 그러면 이전 기록들을 일정 기간동안 계속 보관해야 하니까. (물론 이미 최근 10회 플레이는 보관하고 있긴 하지만…)

근데… 세번째로 말하지만 유비트는 “여전히” 전곡 플레이를 권장하는 게임이다. 아무리 TBS가 인터페이스에 더 이상 나타나지는 않아도 사람들은 여전히 TBS를 유용한 메트릭으로 쓰고 있고 (jubegraph에는 여전히 TBS 필드가 남아 있다), 전곡 플레이를 하기 위하여 낮은 레벨의 곡을 하게 되면 유빌리티를 깎아 먹기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해서라도 낮은 레벨의 곡을 플레이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코나미가 유빌리티를 도입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만약 모든 곡을 플레이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깨려 한다면 전곡 순회로 얻는 포인트 등의 이득을 훨씬 더 줄여야 할 것인데 그러진 않고 있잖는가.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유빌리티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정확한, 또는 적어도 좀 더 자세한2 정보를 제공하는 것 뿐으로 보이는데, 코나미가 설마 그럴까 싶긴 하고 결국 파라미터는 선각자(?)들의 삽질로 결정될 것 같아 보여서 씁쓸하긴 하다.

그냥 정신줄 놓고 말하자면, “객관적인 플레이어 메트릭”을 원한다면 유빌리티 같은 어중간한 메트릭보다는 Elo rating system을 쓰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싶긴 하다. 이 체계는 체스에서 실제로 잘 쓰이고 있는 메트릭이고, 비교적 정확하고 간단하게 플레이어들 사이의 상대적인 실력 차이를 반영할 수 있다. 이 메트릭의 최대 문제점은 (값이 0.00~10.00 같이 고정된 범위로 나오지 않는다는 사소한 차이는 차치하고더라도) 최초에 하는 사람들의 실력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건 내부 파라미터를 첫 몇 플레이 정도에 한해서 잘 조정한다거나 하는 꼼수로 넘어 갈 수 있다. 하여튼 지금의 유빌리티보다는 약간 더 낫겠지 뭐 (…)

결론

그래도 전 유비트 할 겁니다. 추가된 곡들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고 (패턴은 거지같은 게 좀 있어도…) 어차피 게임이라는 건 즐기면서 하는 거니까, 대강 살기로 하죠.


  1. 이게 왜 지수적이냐 하면 n번째 이전 플레이의 결과는 현재 유빌리티 값에서 p^n 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0.01 이하 값을 절삭하거나 하는 처리를 하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전 플레이의 결과는 유빌리티에 더 이상 반영되지 않게 된다. 

  2. 이를테면 “대략적으로 마지막 20회 플레이만이 현재 유빌리티에 반영됩니다” 같은 거. 물론 정확한 파라미터는 알 수 없으나 플레이들은 이 정보를 토대로 “쉬운 거 판 다음에 20번 정도 어려운 거 파면 원래 값으로 복구되겠지” 같은 그럴듯한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decay factor가 0.01^{\frac{1}{20}} \approx 0.8 쯤 된다는 것도 알 수 있으나(…) 


텀블러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