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fact checking)도 안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정 보도를 내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 오늘 본 조선일보 기사도 그런 것 중 하나이다. 참고로 내가 조선일보 기사가 눈에 띄어서 까긴 했지만 똑같은 기사를 아무 생각 없이 복제한 언론이 조선일보 뿐은 아니다. 찾아 보시랍.

“보이저 2호, 우주에서 하이재킹?”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물론 위키백과를 찾는 것이었다. 물론 위키백과를 정보 원천으로 삼는 건 약간 위험하지만 이 경우 위키백과를 3차 자료로 삼고 2차 자료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사용할 거니까 큰 문제 없다.1 실제 Voyager 2 문서를 보면 과학 데이터들에 문제가 생긴 건 맞는데, 5월 17일에 탐사선 메모리의 한 비트가 뒤집힌 게 발견되어서 19일에 리셋을 하도록 설정했다라고 부연되어 있다. 여기에 대한 출처를 찾아 보면 JPL에서 발표한 공식 발표문이 있고 5월 20일2에 성공적으로 리셋을 했으며 큰 문제가 없으면 23일에 활동을 재개한다고 쓰여 있다. 여기까지 내가 찾아 보는 데 5분 걸렸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들)는 5월 13일 독일 빌트지의 보도를 인용하여 한국 시각 22일 새벽 5시에 웃기지도 않는 기사를 써 냈다. 뭐 외계인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렇다 할 수 있지만, 무슨 외국에서 1차 자료 없으면 못 쓰는 기사도 아니고 (설마 보이저 2호까지 보도 취재하겠다고 우주 유영을 하진 않겠지) 최소한 사건에 대한 공식 보도 자료라도 볼 생각도 안 했다는 점이 한심하다. 인용 후 기사화까지 9일이라는 시간이 있었으면 그 시간을 활용해서 약간의 확인이라도 더 해 보란 말이다 이 멍청이들아.


  1. 여기서 1차 자료는 사건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목격자나 관련자의 진술, 2차 자료는 1차 자료를 취합하여 내 놓은 종합적으로 정리된 기술, 3차 자료는 2차 자료를 요약 및 발췌한 백과사전 등의 출처를 뜻한다. 위키백과(그 자신은 3차 자료)에서는 2차 자료에 의존하는데 이는 1차 자료는 지엽적인 오류를 포함할 가능성이 높고 3차 자료는 너무 걸려져 전체 그림을 보는 데만 유용하기 때문이다. 

  2. 혹시나 기사 쓸 때 이게 아직 안 나온 상황이었나 해서 한국 시각으로도 환산해 봤는데 21일 낮 11시이다. 마찬가지로 원인 발표는 18일 낮 10시. 


노트들

  1. arachneng posted this
텀블러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