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6일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피씨통신을 시작한 게 아마 1998년이고 그 다음 해에 인터넷을 처음 써 보았으니까 올해로 온라인에서 활동한 지 13년째인 것 같다. 13년동안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자주 만나던 사람이 어느새 사라지거나, 혹은 죽었다는 얘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듣곤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 지금껏 한 사람 있었는데1, 며칠 전 한 사람이 늘었다. 여기에 대해서 간략히 써 보려고 한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형민이 형을 처음 만난 것은 IRC 채널이었다. 지금은 절대 그러지 않지만 당시에는 오지랖 넓게도 아무 데나 채널 홍보를 하고 다녔으니까 사람들이 이리 저리 왔다가 나갔다가 하곤 하는데 그 와중에 지인의 지인을 타고 와서 눌러 앉았다고 표현해야 할지, 같은 학교 사람이니까 만나서 밥도 먹고 얘기도 나누고 그랬다. 일단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아는 사람이 꽤 있다 보니까 자주는 아니어도 만날 기회는 꽤 있었다. 그러다가 형이 졸업하고 대학원에 들어 가면서 학부 때 쓰던 물건 일부를 내가 물려 받았는데, 그게 꼬마 냉장고와 컴퓨터가 있다. 꼬마 냉장고는 내가 휴학할 적에 peremen과 Luftschloss에게 다시 물려 줘서 아직까지 거기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형이 대학원에 들어 가고 나는 산업기능요원으로 회사에서 일하고 난리를 치는 동안 둘 다 서로 바빠서 오프라인에서 만날 일은 별로 없었다. 온라인에서는 얘기를 종종 나누긴 했지만 일단 생활이 바쁘기도 하고 2009년 5월 이래로 오징어 네트워크에 대부분의 채널 사람들이 옮겨간 까닭에 자주 살펴 보지도 못 했다. 그랬으니 지난 20일, 나에게 그 형을 소개시켜 준 지인이 조심스럽게 사망 소식을 알려 줬을 때는 놀랐다기보다는 죄책감이 더 앞섰을 수 밖에. 그 분께서도 정확히 어떻게 된 건지 파악을 못 했기 때문에 형이 속해 있던 연구실에서 오후에 연락을 받았다는 (그리고 다른 아는 사람이 연구실에 전화해서 그 얘기를 들었다는) 이차 정보만을 알려 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도 한동안 나는 사실이 아닐 거라고, 질 나쁜 장난일 거라고 생각하고 애써 기억에서 잊어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만약 사실이면 누군가가 다시 알려 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결국 오늘 아침 트위터를 통해 전파된 소식을 다시금 보면서 사실임을 겨우 인식했다.
종종 생각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내가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내가 죽은 뒤에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아니 기억이나 해 줄까? 다른 이의 “죽음”이라는 것과 맞닥뜨릴 때마다 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상기된다. 반대로, 형에게 나는 좋은 후배였을까? 단순히 그냥 그저 그런, 바쁘다고 연락 안 하는 후배였을까?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 내가 이런 말을 해 봤자, 더 이상 나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뼈 아픈 교훈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더불어 슬픔이 크실 형수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덧붙임: 앞에서 내가 형에게 받은 컴퓨터가 있다고 했다. 이 컴퓨터는 다름이 아닌 루리넷을 돌리는 바로 그 서버 컴퓨터이다. 서버가 고장나지 않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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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해선 옛날에 블로그에 쓴 적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찾지 못 했다. 그가 죽은지 몇 년 되었다고 더 이상 그에 대해서 기억도 나지 않고, 글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았구나, 생각하면 좀 씁쓸하다.
나중에 찾으면 다시 글을 쓸 듯 하다.글 찾았다. 2005년 2월 6일 글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