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1일
기숙사에는 (배터리를 두 번 간 끝에 드디어 더 이상 노트북으로 쓸 수 없게 된) 맥북 프로가 데스크탑 대용으로 놓여 있고, 연구실에는 옛날에 쓰던 (맥북 프로보다는 좋은) 컴퓨터에 우분투 리눅스를 깔아서 쓰고 있으며, 이동용으로는 윈도 XP가 깔린 넷북을 들고 다닌다. 바야흐로 삼대 주요 운영체제를 다 쓰는 시대가 되었다.1 뭐 옛날에도 리눅스 데스크탑을 안 쓴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꾸준히 쓰는 건 처음.
세 운영체제는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다. 윈도는 예나 지금이나 데스크탑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은데다 (심지어 자유 소프트웨어도 충분히 많다) 잘 설정하면 비교적 가볍게 돌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쓸만한 명령줄 인터페이스가 전혀 없다는 단점이 있다. 맥은 유닉스 기반에 비교적 괜찮은 UI를 자랑하긴 하지만 소프트웨어의 다양성이 리눅스만도 못 하고 생각보다 느리게 돌아 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리눅스는 여전히 명령줄 의존성이 꽤 있다는 게 아쉽지만 옛날에 비해서는 굉장히 개선되었고 내 입장에서는 비교적 쾌적하게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원래 내 스탠스는 까는 것인지라… 리눅스만 한정해서 얘기해 보면, 리눅스의 사용성은 우분투 리눅스 등 최근 배포판들의 삽질들 덕택에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서 나는 은글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나눔고딕을 기본 글꼴로 설정하고 싶었지만 인스톨러 패키지 같은 게 존재하지 않아서 직접 깔아야 했고, 독점 드라이버 설정 프로그램은 설정 저장 때문에 sudo로 실행해야 한다는 게 당연한데도 그렇게 실행하지 않았으며, 트레이에 IM이 함께 들어 있는 건 고맙지만 엠퍼시를 켜도 항상 창 뒷쪽에 나오기 때문에 클릭을 한 번 더 해야 하는 등 은근히 거슬리는 문제가 여럿 보인다. 한글 입력기도 상당히 삽질했다.2
그리고 한국어 번역… 많이 번역을 하긴 했는데 번역의 질이 내가 용납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오타도 있고 용어가 서로 충돌나는 경우도 있고. 이게 오타는 뭐 QA 팀이 있는 게 아니니까 못 잡는 건 그렇다 쳐도 그걸 고치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정작 고치려니 삽이라서 못 해 먹겠더라. 이것 때문에 런치패드까지 가입해서 (이 놈은 또 암호에 제한을 걸더라…) 번역 수정을 해서 보내려 했는데 내가 바꾸려는 문자열을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와서 쥐쥐. 가장 이상적인 건 UI 차원에서 “이 문자열의 번역을 개선하기” 같은 컨텍스트 메뉴를 제공해서 바로 피드백이 가게 하는 것이겠지만 그 정도를 바라진 않고, 적어도 사용자 참여를 아주 방해하지만 않았으면 정말 좋겠는데.
…뭐 쓰다 보면 나아지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