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일본에 지진이 난지 벌써 3주째인데 아직까지 원전 문제는 해결이 된 건지 마는 건지 알 수 없는 것 같다. (이 마당에 일본 바깥에서의 관심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니 참…) 하지만 이 사건의 책임은 원자력 발전에 있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원전 운영을 병맛으로 한 도쿄전력에 있는 것이니, 이번 사건을 두고 원전 반대를 하는 작자들은 정신 차리고 뭐가 우선순위인지를 제대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조금 더 길게 쓰면 이렇다: 원자력 발전이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제대로 운영된다는 전제 하에) 다른 발전 방법들보다 외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적고, 그러면서도 상당한 전력 생산량을 뽑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원자력 발전을 정 못 하게 하고 싶으면 원전을 없애는 게 아니라 절전을 해야 한다. 원전 없애고 다른 발전 수단으로 넘어 가는 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이다1. 그리고 앞에서 “제대로 운영된다는” 전제를 깔았는데, 이번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점검은 수시로 빼 먹고 조작까지 하는 멍청한 회사가 40년 넘은 원전을 설계 수명이 넘도록 운영하다가 사고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파는 상당히 제한적이다2! 물론 이게 절대로 잘 되고 있는 건 아니고, 도쿄전력은 좀 철퇴를 맞아야 할 것이다만(안 그래도 국내외에서 열심히 까이고 있다), 이런 멍청한 운영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대처를 하는 게 가능하다면 원자력 발전을 무슨 핵폭탄처럼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잘못된 것이 아닌가?

다시 요약하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원자력 발전을 없애는 게 아니라, 원자력 발전의 “필요”를 없애는 것이다. 또한 원전 운영자들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하여 이런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게 옳은 방향이지만, 이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원자력 발전은 운영을 병맛으로 하고 큼지막한 자연 재해가 닥쳐 오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전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원자력 발전을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는다. 도쿄전력은 나가 죽어야 하지만


  1. 원자력 발전 다음으로 제약이 적으면서 전력 생산량이 좋은 것은 화력 발전인데, 화력 발전이 원자력 발전보다 환경에 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가? 안 그래도 이번 사건으로 원전 건설이 주춤하면서 화력 발전이 늘어날 것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좀 봤다. 수력, 풍력, 태양력은 제약이 여전히 상당하므로 대규모로 원자력을 대체할 만한 발전 방법이 당연히 아니다. 

  2. 당장 체르노빌과 비교해 보면 이게 얼마나 안전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체르노빌 또한 운영 오류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그 운영 오류로 발생할 수 있는 웬만한 문제들을 설계가 많이 희석시켜 준 반면 체르노빌은 그렇지 못 했다. 게다가 체르노빌 원전이 후쿠시마보다 10년 후에 지어졌다는 걸 생각해 보라(물론 소련의 원자력 발전 기술을 믿을 수 없다면 이건 상관 없는 얘기겠으나). 


노트들

  1. arachneng posted this
텀블러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