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다음 달의 목표​

모름지기 사람은 여러 단계에서 앞으로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법이다. 전체 인생 단계에서, 1년 단위, 한 달 단위, 1주 단위, 그리고 하루 단위까지 그 단계는 준비의 정도와 그 길이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인생 단계에서의 준비는 딱히 누가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을테니 (실은 나도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생략하고, 나머지 얘기만 좀 해 보자.

나 같은 경우 하루를 시작할 때1 개인 위키에 정리해 놓은 할 일들을 보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대강 정리한 뒤에 연구실로 출근한다. 직장 같은 것과는 달리 해야 할 일이 꽤 유연하게 돌아가는 터라 이렇게라도 마음을 정해 두지 않으면 분명 놀게 되더라(물론 직장에서 안 놀지는 않았다만). 1주일 단위의 준비는 본래는 하지 않았지만, 최근 연구실에서 weekly report를 쓰기로 해서 열심히 쓰고 있다(물론 종종 bi-weekly report가 되곤 한다). 1년 단위의 준비는 언제나 하던 게 아닌가 싶고…. 그럼 남는 건 한 달 단위의 준비이다.

뭐 사실 준비 같은 걸 잘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한 달이라는 주기를 그다지 신경을 쓰고 지내진 않은 것 같다. 애초에 한 달은 4~5주라서 주 단위로 준비를 하면 아무래도 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 달 초에 망해가는 저널을 살리기 위하여 11월동안 하루에 한 번씩 저널 글을 쓰자라는 목표(결과적으로는 반만 성공했다)를 세운 게 계기가 되어, 이번 달에도 목표를 하나 세우기로 하였다. 2010년 12월의 목표는 유비트 안 하기이다.

작년 이맘때쯤에 유비트를 할 적에는 학교 주변에 유비트가 있는 오락실이 많지 않아서 1주일에 한 번, 어쩔 때는 한 달에 한 번 날을 잡고 지하철로 이삼십분 쯤 걸리는 오락실에 가서 죽치고 앉아서 유비트를 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강을 건너면 유비트가 있는 오락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거기에 자주 갔다가, 지금은 2km 정도, 자전거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에 가서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일주일에도 몇 번씩 유비트를 하러 가는, 이른바 유비트의 생활화가 이루어진 건 좋은데, 문제는 옛날에 유비트를 어쩌다 한 번 몰아서 할 때의 참을성과 기대감이 지나치게 떨어졌다는 거랄까. 본래 리듬게임이라는 것은 성취감으로 하는 것인데, 이 성취감은 하면 할 수록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수확체감의 원리(the law of diminishing returns)를 따르는 것도 모자라 기대감에도 반비례한다. 매일같이 오락실에 가면 그 게임에 대해 계속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취감은 떨어지고 그 맛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종종 리듬게임을 한동안 안 하다가 다시 하게 되면 평균적으로 점수가 잘 나오는 현상을 본 사람이 있을텐데, 이 또한 기대감이 떨어져서 역으로 효과를 보는 심리 현상의 결과이다. 게임 외적으로 봐도, 대략적으로 유비트 니트가 발매된 8월 이후로 상당히 꾸준하게 게임을 해 왔는데 덕분에 상당한 여가 시간이 유비트로 빼앗기고 있다. 좀 더 정확히는, 수동적인 취미 생활—애니를 본다거나—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능동적인 취미 생활—풉;을 쓴다거나 저널에 글을 쓴다거나—에 치명적인 영향이 있었다.

뭐 이런 이유로, 한 달동안 아예 유비트를 안 하는 생활을 해 보려고 한다. 유비트를 안 해서 얻을 수 있는 여가 시간에 얼마나 더 생산적인(꼭 연구실 일은 아니어도) 일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얼마나 오락실을 참았다가 갈 수 있는지를 실험(?)하여 리듬게임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인 성취감을 최대화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어차피 12월 초에 바쁠 건 분명하기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안 할 가능성이 좀 있긴 하지만, 그 뒤에도 자제할 수 있을 지는 좀 두고 봐야 겠다.

덤: 동일한 이유로 아시아 챔피언 대회 예선 3차전은 포기. 어차피 못 올라 갈 것 같긴 했지만…


  1. 물론 이 하루를 시작하는 때가 꼭 아침이라는 법은 없다(…). 최근에는 정오 안팎인듯. 


텀블러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