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8일
날 자주 보는 사람은 알겠지만 난 항상 작은 가방(사실 작다고는 해도 어깨에 맬 수 있는 정도의 크기이다)을 들고 다니는데, 작은 가방에 들고 다니는 것들은 항상 정해져 있다. 지금 확인해 보니까 넷북, 넥원용 USB 케이블, USB 드라이브 몇 개, 반창고(?), 접는 우산 따위가 들어 있는데, 아마도 대부분 내가 의식하지 않고도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하려다 보니까 생긴 습관 같다. 실제로 아무 생각 없이 가방만 들고 나갔다가 비가 올 때 즉각 들어 있는 우산을 꺼내서 쓰고 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비슷한 의미에서 지갑에 들어 있는 것도 항상 정해져 있는데, 지갑에서 지폐를 넣는 칸이 두 개가 있는데 안쪽 칸에는 천원·오천원짜리 지폐를, 바깥쪽에는 만원·오만원짜리 지폐를 넣고, 만약 영수증이 있으면 항상 안쪽 칸에서 지폐보다 바깥쪽에 넣으며 (보통 가계부에 정리하는 용도), 영수증 모아 오면 공짜 밥을 준다거나 해서 모으는 것들이나 뭔가 노트해 둔 쪽지라거나 하는 것들은 항상 바깥쪽 칸에서 지폐보다 바깥쪽에 넣는다. 영수증들은 가계부에 정리하고 나면 한꺼번에 모아서 버리기 때문에 용도가 이렇게 나뉜 게 아닐까 싶다. 근데 왠진 모르겠는데 다른 칸에는 뭐가 들어 있는지 나도 기억을 못 하겠다…
호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물건도 보통 정해져 있는데, 왼쪽 바지 주머니에는 지갑과 동전이,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는 핸드폰과 열쇠고리가 들어 있다. (이 때문에 옛날 핸드폰 액정이 열쇠고리에 갈려서 개판이 된 적이 있는데 요즘은 무의식적으로 열쇠고리는 항상 핸드폰의 외곽만 건들도록 넣는 편이다.) 유비트를 할 때, 특히 남방 주머니가 없는 경우 500원짜리 동전이 항상 필요하므로 왼쪽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동전만 남기고 나머지 동전은 오른쪽 주머니로 옮겼다가 게임 다 하고 나서 다시 원상 복귀시킨다.
다 써 놓고 보니 생활 속의 알고리즘(이라고 쓰고 습관이라고 읽음)이 생각보다 위력적인 것 같기도 하다. 오랜 기간동안 최적화를 거쳤으니—이를테면 가방은 몇 년째 쓰는 중—사실 당연한 건가 싶기도. 근데 왜 일과 잠에 관련된 습관은 전혀 안 고쳐지는 건지 모르겠다. 으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