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월드 와이드 웹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또는, 성탄절 개명하기)​

나는 나름대로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성탄절이라는 날을 그렇게 좋아해 하지 않았다. 애당초 성탄절은 예수님의 탄생과 전혀 상관이 없는 날짜이기도 한데다가, 로마 제국에서 태양신(Sol Invictus)을 기념하는 축일이 전파된 것이라는 설도 있을 정도이다. 게다가 기독교에서 예수님의 탄생이 언제냐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며(예수님의 죽음 및 부활이라면 모를까), 설령 탄생일을 기념할 수 있다고 백발짝 양보하더라도 종교 중립적인 관점에서 종교와 상관 없는 국가 차원에서의 공휴일로 만들 이유는 없다. 차라리 크리스마스를 걷어 내고 한글날을 공휴일로 만드는 게 올바른 일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성탄절이라는 날짜 자체를 포기하지 않은 채 성탄절을 기념하고 싶다면,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월드 와이드 웹의 탄생을 기념하는 것이다. 21년 전 오늘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는 최초의 웹 브라우저와 웹 서버를 개발해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도 하이퍼텍스트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기술에 익숙한 사람 뿐만 아니라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그런 보편적인 시스템을 만든 기반에는 그의 첫 발짝이 있었다. 날짜도 맞지 않고, 특정 종교에 매여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심지어 상업적으로 변질되기까지 하는 공휴일보다 이런 것을 기념하는 것이 더 올바른 일이 아니겠는가?

덤: 비슷한 이유에서 리처드 스톨만은 성탄절에 아이작 뉴턴의 탄생(1642년 12월 25일)을 대신 기념한다고 한다. 하지만 예수님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특정인의 탄생은 생각보다 그렇게 기념할 가치가 없다. 특정 개념의 탄생은 다르다.


노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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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rachneng posted this
텀블러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