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7일
트위터에서 누가 이런 동영상(주의: 자동 재생됨)을 뿌린(?) 적이 있다. 굉장히 웃긴 내용이면서도 내용이 심오한데, 찾아 보니까 3 Idiots라는 인도 코미디 영화에 나온 장면인 것 같다. 근데 위키스포일러사전에서 내용을 확인해 보니까 스토리가 전혀 코미디같지가 않은데(…) 의외로 괜찮아 보인다.
동영상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공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교수가 “기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자 다들 책에 있는 내용만 달달 외워서 말하는데 (그리고 교수는 그걸 보고 훌륭하다고 한다) 란초라는 한 학생만이 그걸 굉장히 잘 풀어서 말했다가 내용 안 외워서 말한다고, 교수의 노여움을 사서 강의실에서 쫓겨나자 나가는 척 하다가 교수를 역으로 관광시키는 훌륭한 내용이다. 룸메가 이 내용을 보더니 자기 교수님 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다고 리트윗을 하는데, 아… 나도 그 생각으로 리트윗한 거에요.
어쩌면, 란초가 “인간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은 모두 기계라고 할 수 있다”라고 풀어서 정의한 것에 대해서 교수가 “자세히 말할 것”을 요구한 게 아니라 “그럼 기계가 아닌 것은 무엇인가”를 요구했다면 수긍이 갈 뿐만 아니라 괜찮은 교수법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란초는 원래의 두리뭉술한 정의를 변호하기 위해서 자동차, 계산기, 그리고 심지어 지퍼까지도 기계라고 주장하는데, 사실 그게 맞는 말이지 않는가? 심지어 인간의 이족 보행이나 자연 상에서의 물의 순환 일부까지도 기계적인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당연하겠지만 그런 류의 광의의 기계를 물어 보는 것은 아닐테니까 제대로 하려 했다면 그 정의를 좁히는 — 즉, 우리가 다루려고 하는 기계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물어 보는 —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기계의 정의 씩이나 물어 보는 걸로 봐서 저 내용은 분명 첫 수업일텐데, 첫 수업은 이 강의가 도대체 뭘 다룰 것인지, 그리고 그게 어떤 맥락에서 중요한지 학생들에게 설득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다소 철학적인 문제긴 해도 저런 류의 질문을 통해 학생들에게 “아, 이 강의는 중요한 걸 배우는구나!” 내지는 “이 강의가 끝나면 어떤 걸 할 수 있게 되겠구나” 류의 동기 부여를 시켜 줄 수 있다면, 첫 수업은 그런 설득 작업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영화에 나오는 저 교수가 그런 노력을 했더라면 란초가 그렇게 빡치진 않았겠지.
비단 기계공학 뿐만 아니라 전산학, 수학, 과학, 철학, 인문학 등등 모든 분야에서 그런 류의 질문을 던질 수 없다면 그 학문은 아직 잘 정립되지 않은 거라 생각한다. 난 전산학을 전공했으니 이 쪽만 얘기하면, 예전에 몇 번 “전산학은 계산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계산이 단순한 수식 계산 따위는 아니다 — 오히려, 따지고 보면 계산 아닌 것이 없다. 사람들은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 수많은 종류의 계산, 이를테면 대략적인 최단 경로를 찾는다거나, 버스 번호 같은 특정 물체를 시각으로부터 인식한다거나, 이족 보행을 위해서 근육을 얼마나 수축시키고 이완시키고 할질 결정하거나 하는 수많은 일들을 (무의식적으로) 해 내는데 이것이 곧 계산이다. 고로 이런 류의 일들을 기계적으로 하게 하고 싶으면 전산학(+ 소프트웨어 공학)이 안 들어가기가 힘들다. 단적인 예로, 기계적으로만 이루어졌을 것 같은 자동차도 현재는 소프트웨어 비용이 전체 비용이 반 가까이 된다는 걸 생각해 보라. 전산학자들은 여기서 좀 더 나아가서 여러 종류의 계산들을 추상화하고 분류하여 그 성질을 연구하고, 그 한계까지 연구하면서 “계산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좀 더 잘 대답하려고 애쓰고 있다. 음… 뭐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이런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만.
다시 말하지만, 어떤 분야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 이런 내용을 설득시키거나 자기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앞으로의 머리 아픈 전공 내용을 비춰 주는 등불 같은 것이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코미디 영화에서 다시금 깨달은 것 같다. 언제 한 번 찾아서 봐야 겠다. (한국에서 개봉한 적이 있나 이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