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추석에 집에 안 가고 기숙사에서 눌러 앉아서 논문 읽고 코딩하고 쳐 자고 했는데 이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나는 원래 집이 있는 수도권에는 잘 가지 않는 주의인데, 한 번 가려면 준비가 많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기피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이번 추석에 수도권이 또 다시 물난리가 난 걸 보니 타이밍 잘못 맞췄으면 정말로 물벼락 맞을 뻔 하기도 했고. (들고 다니는 물건 중에 전자기기가 많아서 물벼락 잘못 맞으면 큰일난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이번 폭우 때문에 광화문 대로가 물에 반쯤 잠기면서 이순신 장군 동상과 대조되어 “명랑대첩”이라고 (…) 하는 것도 보이고, 어디서는 하수구가 역류해서 포세이돈의 강림이라고 한다거나(…) 뭐 별의별 사진이 보인다. 저지대도 아니고 뻥 뚫린 대로가 물에 잠겼다는 것은 하수구의 처리 능력을 넘을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비가 내렸다는 얘긴데, 사실 이 정도면 공무원을 욕하기 전에 하늘을 욕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내 생각에 이번 사건에서 공무원이 잘못했다고 할 수 있는 점은 딱 하나, 이 정도로 긴급한 상황에서의 방재 대책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인데 — 막지는 못 해도 적어도 응급 연락 체계와 수습 프로세스는 대강 마련되어 있지 않아야 하겠는가 — 뭐 이건 당해 보면서 배우는 거니까. 아무쪼록 큰 피해 없이 잘 복구되길.


텀블러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