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0일 《그=그녀》
오랜만에(아마도 2년만에?) 《그=그녀》를 봤다. 아직도 완결이 안 났던가 이거….
내가 좋아하는 만화·애니메이션 분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한 가지는 일상물이고, 다른 한 가지는 개그물이요, 마지막 하나는 일상물이자 개그물인 만화이다. 이 얘기인즉슨 나는 줄거리의 기복이 크면서도 개그 요소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만화를 특히 싫어한다1는 말이고, 덕택에 대부분의 “싸우는” 만화, 능력자 배틀, 그리고 거의 모든 극화를 보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줄거리의 기복이 큰데도 개그 요소가 들어 있어서 재밌게 잘 보는 작품이 없지는 않은데 이 작품도 그 중 하나이다. 사실 작가 긴다이치 렌주로(金田一蓮十郎)가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에서 보여 준 센스를 생각하면 시리어스 전개라고 해도 여기에 속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그리고 사실 《정글은…》도 시리어스 전개야 많고.)
내용은 (뭐 알 사람은 다 알테니) 생략하고, 개인적인 감상(처음 봤을 때는 1권만 봤었다…)으로는 성장물을 이렇게 구성할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이 드는 과정”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는 것만 빼고는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 물론 후자를 다루는 작품이 적은 건 아닌데, 두 사람이 부대끼던 도중에 문제가 생겨 갈등이 봉합되고 하는 걸 반복하는 게 흔하지 각자 혼자서 주어진 환경에서 고뇌하고 회복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애초에 캐릭터의 설정이 굉장히 특이하기 때문에 서로 부대끼거나 고민을 남에게 털어놓거나 하는 게 힘들어서 생긴 특징이 아닌가 싶은데(마코토의 뇌내 회의를 생각해 보면), 결과적으로는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는 요소가 되었다. 심지어 줄거리가 전개될 대로 전개되어서 거의 모든 갈등 요소가 정리된 상태에서도 이런 상황이 계속 나타난다(물론 시의적절하게).
어떻게 말하자면 결국 사람은 결혼 전까지는 육체적이든 정신적으로든 계속 성장하는 거니까, 이런 “확장된” 성장물의 구성이 나쁜 건 아닌 듯 하다. 고등학생은 좋은 대학교 들어 가면 인생 끝날 거라 착각하고, 대학생은 좋은 직장 취직하면 인생 끝날 거라 착각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마찬가지로 “직장인은 좋은 배우자 만나면 인생 끝날 거라 착각하는” 부분을 꾸준히 건들고 있다. 게다가 주인공이 배우자는 없는 주제에 자식은 있는 오묘한 상황이라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무리되지 않은 정신적 성숙을 이야기로 풀어 나갈 수 있기에 이런 점은 더 부각된다. 이런 상황에 꾸준히 개그를 넣어서 적어도 평균을 유지하는 작가가 더 무섭다 한 가지 흠은 이런 구성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배경 상황이 꽤 호불호가 갈릴 상황이라 모든 사람이 공감할 만한 소재는 아니라는 것이지만, 그 따위거 신경 안 쓰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괜찮았다. 그러니 혹시나 이걸 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처음 대여섯 화를 보고 바로 결정하는 것보다는, 2권 중간 정도까지 본 뒤에 결정하는 쪽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전체적인 상황이 간단치 않은 까닭에 상황 정립에 1권 거의 전체를 쏟아 붓고 있어서 실제적인 에피소드는 2권 초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프롤로그가 엄청나게 길달까…)
한 줄 요약: 가끔씩은 애니화 안 된 만화도 좀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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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해당되는 작품은 뭔가 특별한 게 없다면 절대로 보지 않는데, 비교적 최근에 본 것 중에 여기에 속하면서도 잘 봤던 것이 그 유명한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였다. 그러나 이것도 1쿨 애니메이션이라 그랬지 2쿨이라거나 만화판이었다면 절대로 보지 않았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