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최근 글들을 잠깐 짬을 내어 읽어 보니 내가 주석을 과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주석이라 함은 본디 본 글에 속하지는 않으나 흥미로울 내용을 문맥에서 뜯어 내서 본래의 문맥을 훼손하지 않고 새로운 문맥을 주기 위한 장치이다. 그러나 그렇게 뜯어낸 문맥이 본래 문맥보다 더 커지면 문제가 크다. 나의 경우 괄호로 묶을 곁다리 수준의 내용이 두 문장을 넘으면 주석으로 옮기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데, 제대로 하려면 그러한 곁다리 내용을 어떻게 본래 문맥에 녹여낼지를 고민해야 하는 게 맞는 듯 하다. 게으르니까 생각의 흐름을 그냥 흘려 보내는 셈이다. 반성하자.

무시당하는 이념, 보답받지 못하는 노력​

최근 자유 및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동네를 여기 저기 둘러 다니면서 느끼는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GPL은 너무 순진했다는 점이랑, 다른 하나는 노력이 제대로 보답받는 경우는 (언제나 그렇지만) 드물다는 점이다. 그리고 둘 다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악의 축 기업이 하나 있다.

너무 순진한 GPL

GPL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이 소프트웨어를 쓸 때 당신이 갖게 되는 자유를 다른 사람한테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BSD 쪽에서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GPL 입장에서는 자기는 자유를 얻었는데 다른 사람한테 그 자유를 보장시키지 않는 경우를 근본부터 차단할 필요가 있음은 당연한 것이다. GPL이 순진했던 점은 그 다음인데, 보통 사람들은 이런 제약을 걸어 놓으면 그 소프트웨어를 쓰지 않고 그 소프트웨어의 대안을 찾아 나선다. 그래서 거의 모든 GNU 소프트웨어는 그것과 거의 비슷한 일을 하는 비-GNU 소프트웨어가 하나씩 달라 붙어 있다. glibc가 그렇고, GCC가 그렇고, GNU Screen이 그러하며, GMP가 그러하지 아니한가!

GCC/LLVM의 경우를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나는 개인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를 제외하면 GCC와 LLVM 모두 좋은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한다. GCC는 오랜 기간 유지된 소프트웨어인만큼 연륜이 묻어 나는(다른 말로 하면, 레거시가 쩌는) 코드 베이스가 문제긴 하지만 그 최적화 패스는 절대 무시할 수 없고, LLVM은 GCC만한 연륜은 없지만 코드 베이스가 깔끔하며 다양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LLVM의 시작을 잘 살펴 보면 그 뒤에는 GCC에 울며 겨자먹기로 Objective-C 프론트엔드를 집어 넣어야 했던 애플이 버티고 있다. 물론 XNU/Darwin 자체가 BSD 기반이니 GPL을 좋아할 것 같진 않지만, GCC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LLVM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그 의도가 뻔히 보인다. 아니, 솔직히 까고 말하면 GPL을 기만하는 게 아닌가?

물론, SourceForge가 지고 GitHub이 그 자리를 꿰어 찬 걸 보면 확실히 시대가 바뀌긴 했다. 자유 및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그동안 상호 보완적인(전자는 이념적이고, 후자는 개발 모델에 관한)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요즘 추세를 보면 귀찮고 코드 공유에 도움 안 되는 이념적인 부분을 완전히 제끼고 오픈 소스라는 개념에만 집중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 하긴 귀찮긴 하다. 당장 나도 요즘 짜는 취미 코드는 대부분 MIT 라이선스거나 아예 퍼블릭 도메인으로 많이 하니까(사실 그 정도로 가치 있는 코드가 없는 게 사실 더 큰 이유다만). 하지만 Zed Shaw가 통렬하게 지적하듯 이념적인 부분을 무시하면 그 코드의 가치는 무시당한다. 결국 이념은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보답받지 못 하는 노력

이번에는 둘 다 (L)GPL인 두 소프트웨어를 살펴 보자. 다른 게 아니고 모질라와 웹킷이다. 모질라는 에릭 레이먼드가 오픈 소스 진영의 커다란 승리라고 자뻑을 했을 만큼 역사적인 의미가 크다. 물론 “모든 제품은 죽어서 오픈 소스를 남긴다”라는 웃지 못할 진실의 첫 사례이기도 하지만…. 여하튼, 모질라 재단은 분명히 오픈 소스에서 출발했으나 그 행보는 자유 소프트웨어 진영을 능가하는 이념적인 부분이 더 많다.1 모르겠으면 모질라가 프라이버시 보호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 붓는지 살펴 보면 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한편 웹킷은 본래 KDE 프로젝트에서 자체 브라우저를 만들려고 제작한 KHTML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음…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아까도 언급되었던 그 문제의 기업, 바로 애플이 자기 브라우저를 만들려고 KHTML을 포킹해서 대규모로 뜯어 고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애플은 한동안 웹킷을 개발하면서 KHTML한테 주요 패치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원성을 들었다. 지금은 애플 혼자서 웹킷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서 상황이 달라졌지만.) 이 와중에 구글도 자기 브라우저를 만들기 위해서 웹킷을 포킹을 하는 상황이 되면서 졸지에 모질라는 거대 기업 두 개가 뒷받침하고 있는 브라우저랑 경쟁해야 하는 안습한 상황에 처하고 만다.

그 다음은 다들 알고 있는 바이다. 최근 구글 크롬은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거의 다 따라잡고 다른 브라우저의 사용률도 크게 떨어뜨리면서 선전하고 있다(파이어폭스가 이 와중에 피를 많이 봤다). 더군다나 모바일 브라우저에서는 아예 선택의 여지도 없이 사실상 모든 것이 웹킷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까 구글 크롬이 새로운 IE가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판이고(구글 크롬을 웹킷으로 바꿔도 논지에는 별 차이가 없다), CSS의 경우 -webkit- 접두사가 표준처럼 받아들여지는 끔찍한 상황도 일어나고 있다.2 물론 이런 상황이 꼭 웹킷 팀 및 구글 크롬 쪽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극적으로 웹 개발자들을 교육시켜서 다른 브라우저도 신경쓰게 만들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건 우려스럽다. 반면 모질라는 새 기능이 나와도 개발자 사이트에 웬만한 주요 브라우저 호환성에 대해 서술하고, 크로스 브라우저 개발을 위한 튜토리얼도 많이 갖춰 놓았다.

그래서 어쩌라고

뭐 뻔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이념이 귀찮더라도 이념을 무시하지는 말고, 아무리 쓰기 편하다 하더라도 노력을 무시하지는 말자고. 그 이념과 노력이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 왔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그 이념과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현실은 시궁창일지라도.


  1. 물론 실용적인 부분도 많이 고려되는 게 사실이긴 하다. APNG와 관련해서 PNG 그룹과 마찰을 빚은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는데, PNG 그룹은 APNG가 PNG와는 달리 실질적으로 영상 포맷이기 때문에 별도의 미디어 타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반면, 모질라는 그렇게 했다가는 하위 호환성이라는 원래의 목표가 사라지는데 왜 그렇게 해야 하냐는 실용적인 접근을 취했다. 결국 모질라는 PNG 그룹을 무시하고 APNG 스펙을 그대로 구현했다. 개인적으로는 PNG 그룹이 MNG의 실패에서 도대체 뭘 배운 건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2. 웹킷이 구현하면 심지어 그게 HTML5에 들어 가지 않더라도 상당한 수의 사용자한테 먹히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webkit- 접두사는 실험적인 기능을 위해 사용하는 것인지라 웹킷 개발팀 마음대로 바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예로 그라디언트가 있는데, 대부분의 CSS3 그라디언트 생성기가 뱉어 내는 걸 보면 다른 브라우저 벤더 별로 한 줄씩 있는 반면 웹킷은 두 줄(-webkit-linear-gradient-webkit-gradient)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리듬게임 인생 (3)​

첫번째 글, 두번째 글에서 이어진다. 거의 1년동안 방치되어 있던 초안을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 둘 수 없다는 까닭으로(…좀 더 정확히는 저널을 지나치게 방치했다 싶어서) 써 놓은 부분까지 정리하고 올리기로 했다. 그러니까 원래 이번에 들어 가야 했을 이지투디제이는 다음 기회에

팝픈뮤직

코나미의 리듬게임 개발 역사는 크게 세 개로 나눌 수 있는데, 리듬게임이라는 장르 자체를 확립한 시기(1997~2002), 이어뮤즈먼트 서비스가 등장하며 플레이어별 서비스가 가능해진 시기(2002~2008), 그리고 인터넷과의 강력한 연계가 이루어진 시기(2008~현재)로 나눌 수 있다. 당연히 1997년에 처음 발매된 비트매니아와 1998년에 발매된 댄스 댄스 레볼루션은 첫 시기에 속하는데, 여기에 속하는 또 다른 게임이 있다는 건 리듬게임을 어지간히 하지 않으면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팝픈뮤직(1998년 발매)은 한국에서 정말 찾아 보기 힘든 리듬게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팝픈뮤직을 2006년 경에 학교 근처에 있던 오락실에서 지인의 소개로 처음 접했다. 한국의 팝픈뮤직 발매 역사는 정말 이상해서, 2012년 현재 최신 버전이 20인데 지금껏 정발된 버전이 1과 8밖에 없다.1 그나마 팝픈뮤직 1은 지금의 팝픈뮤직에 비교하면 매우 어중간한 작품이기 때문에 제대로 즐기려면 8을 해야 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오락실에서는 그제껏 8을 돌리고 있었다. 그 때 나온 최신 버전의 곡을 즐길 수 없다는 건 불행이었지만, 팝픈뮤직의 주요 버전을 얼추 다 접할 수 있어서 버전 사이의 오묘한 차이들에 익숙하다는 건 다행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이런 차이가 한 둘이 아닌데, 대표적인 예로 배속을 0.5 단위로 변경 가능하게 된 게 15부터이다.) 그 오락실이 망한 뒤에는 대전역 근처에 있는 오락실(14를 돌리다가 나중에 15로 바꿨다)에 갔고, 서울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광명시에 있던 오락실(15)에 갔으며, 그 뒤에는 딱히 가까운 오락실이 없어서 그냥 어쩌다가 있는 오락실에 갈 일이 생기면 한 두 번쯤 해 보는 수준이 되었다.

팝픈뮤직 8을 처음 접한 것은 한 가지 장점이 더 있었는데, 여기에서 추가된 곡의 대부분이 “적절히” 어렵지 “미친듯이” 어려운 경우는 별로 없었다는 것이었다. 레벨2이 40을 넘는 곡이 심심하면 추가되는 지금의 팝픈뮤직과는 달리 8에서 추가된 40을 넘는 곡은 딱 두 개였고, 이 둘을 빼면 나머지는 한 번 시도는 해 볼만한 느낌이 드는 곡들이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8에서 가장 좋아했던 곡은 단연 100sec. Kitchen Battle!!일텐데, 이 곡은 (지금도) EX가 없고 HYPER(레벨 36)밖에 없기 때문에 한동안은 이 곡을 깨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만약 내가 최근작(이를테면, 18이라고 해 보자)으로 팝픈뮤직을 시작했다면 이러한 단계적인 목표를 세울 수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뒤 팝픈뮤직 14를 접하면서 새 목표는 BAROQUE HOEDOWN(EX 40)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클리어 가능한 곡의 범위가 레벨 40 근방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이 범위는 지금도 크게 바뀌지는 않아서, 레벨 40은 어떤 건 깨고 어떤 건 못 깬다. 아주 최근에야 41을 조금 깰 수 있게 되었다.

팝픈뮤직이 다른 리듬게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을 든다면 역시 커다란 버튼일 것이다. 혹자는 이게 비시바시 챔프에서 남은 버튼을 쓴 거 아니냐는 농담도 하긴 하는데3 실제로 해 보면 누르는 감촉이 조금 다르다. 아마도 사람들이 다 세게 눌러서 고장나기 쉽기 때문에 내구도를 높이려고 뭔가 조정을 한 것 같은데,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팝픈뮤직은 플레이를 하다 보면 싫어도 어쨌든 기계를 부수게 되는 흔치 않은 리듬게임이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에는 기계 말고도 손도 부수게 되었다(…). 한 번은 열심히 플레이를 하고 나니까 중지 마디의 피부가 벗겨져서(!) 매우 쓰라렸는데, 아직 남은 판이 있어서 휴지로 응급처치를 하고 마저 플레이한 뒤에 반창고를 붙였던 일이 있었을 정도였다. (이런 일이 몇 번 있고 나서는 항상 반창고를 들고 다니게 되었다.) 다른 사람은 안 그러는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내 손배치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한데, 손배치를 바꾸기에는 더 이상 팝픈뮤직을 맘놓고 할 시간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한 때는 열심히 팝픈뮤직을 즐겼던 나라고 해도 팝픈뮤직에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이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은데, (특히 고난이도) 곡들의 레벨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당장 레벨 43 곡들 중에도 윗물과 아랫물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그 사이에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있다는 것도…) 43까지 가지 않아도 40에서도 나눌 것들이 꽤 있는 판이다. 현재의 레벨 시스템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은 플레이어들의 요구를 따르기 위해 꾸준히 고난이도 곡들이 추가되었지만 최고 레벨을 그에 비례하도록 늘릴 생각은 안 하고 있는 레벨 시스템에 끼워 맞추다 보니 밀도가 높아진 것인데, 비록 버전이 올라가면서 계속 재조정이 되고 있다고는 해도 40~43 사이의 곡들을 4개의 단계만으로 구분하는 데는 굉장히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유비트

유비트는 여러 가지로 언급할 가치가 많은 게임인데, 코나미 리듬게임 역사의 세 시기 중 마지막 시기를 화려하게 연 게임이자 한국에서 모든 주요 버전이 꾸준히 정발되고 있는 유이한 비매니 시리즈(리플렉 비트가 나오면서 이 기록을 깼다)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실은 처음에 유비트가 한국에서 필드 테스트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가서 해 본 뒤에도 이게 실제로 출시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학교 근처 오락실에 유비트가 들어 오기 전까지는.

뭐 아무튼, 나는 유비트를 초기작부터 계속 해 왔다(물론 앞에서 말했듯 초기작이 정발되자 마자 시작한 건 아니다). 유비트는 일본에서는 2008년 7월에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12월에 정발되었는데, 내가 실제로 플레이를 시작한 2009년 6월에는 이미 유비트가 전국 오락실에 상당히 분포되어 있던 터라 팝픈뮤직과 같이 오락실이 사라지면 게임을 못 하게 되는(…) 불상사는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나 같은 경우 초기작을 다음 버전(리플즈)이 나오기 두 달 전부터 했기 때문에, 초기작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애매한 상황들을 겪지는 않고 바로 리플즈로 넘어 갔기 때문에 초기작부터 했다고 말하기가 살짝 애매하긴 하다.4

유비트는 다른 비매니 시리즈에 비해서 난이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건 코나미 리듬게임 역사에서 마지막 시기에 처음으로 출시된 게임군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오랫동안 하게 만드는 게, 즉 대중적으로 만드는 게 게임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진리를 공격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기존의 플레이어들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상위 난이도는 여전히 존재하기는 하는데, 최상위 난이도라고 해서 클리어가 불가능하거나 한 수준까지 가지는 않는다. 당장 팝픈뮤직을 하는 사람한테 사일런트(EX 레벨 43, 실제 제목은 그냥 “음악”이지만 보통 이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음)를 시켰을 때 깰 확률과 유비트 하는 사람한테 에반스(EXTREME 레벨 10)를 시켰을 때 깰 확률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5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아직도 논쟁이 많지만, 나는 우선 신규 플레이어의 유입이라는 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뭐, 꼭 좋은 것만은 아닌게, 예전에 유비트 니트의 난이도 체계가 슬슬 이상해지고 있다는 소리를 한 적이 있다. 이 점은 다음 작인 유비트 코피어스에도 비슷하게 이어져서 레벨 8과 9는 슬슬 둘로 나눠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준이 되었다(투덱의 12레벨 체계?!). 여기에는 유비트의 너무 낮은 난이도도 한 몫을 하는데, 난이도가 너무 낮으니 BASIC이나 (yellow head joe 같은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ADVANCED는 찬밥 신세고 EXTREME을 많이 하게 되지만 EXTREME에 넣을 수 있는 패턴의 난이도가 고르게 분포해 있을 리가 없다. 레벨 8과 9는 다른 게 아니라 EXTREME의 평균 난이도이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6 전곡 순회와 저렙곡 엑설런트를 권장하는 달성 과제 시스템은 이런 점을 보완하려 한 흔적임이 확실하지만, 과연 그게 얼마나 어필했는가는 의문이 든다.

분석은 이 쯤 하고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결과적으로 유비트는 내가 하는 아케이드 게임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돈(1년에 20만원 쯤?)을 갖다 바치는 돈 먹는 하마 게임이 되었다. 전혀 S를 못 찍을 것만 같았던 에반스조차도 이제 S가 두렵지 않은 수준이 되었고7, 어쩌다 한 번 삘 받을 때 하는 엑설런트 곡 수도 70개를 넘었고, 웬만한 곡은 이제 SS를 못 찍으면 뭔가 심신이 굉장히 피곤함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내가 오락실에 어쨌든 계속 가게 만드는 큰 동인이기도 하니 이쯤 되면 이 시리즈 전체의 맥락인 리듬게임 “인생”을 대표하기에 손색이 없는 게임일 것 같다. 물론, 앞으로도 할 얘기는 많다.

차회 예고

왠지 내년에 올라올 낌새가 만만치 않지만 아무튼 다음 글을 쓴다면 이지투디제이와 비트매니아 IIDX를 다루게 될 것이다. 그나저나 그 뒤에도 글을 대략 네 개 정도 더 써야 할텐데 남은 글들의 얼개를 어떻게 짜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4편부터 쓴 뒤에 걱정해라


  1. 이 글의 초안을 쓰기 시작한 이래 이 문장에는 매우 중요한 뒷얘기가 따라 붙게 되었다. 그동안 일본에서 팝픈뮤직을 비롯한 비매니 게임들을 암암리에 직수입해 왔던 조이플라자가 2012년 2월에 문을 닫았고(따라서 기존 시리즈의 차기작들은 한국에 못 들어 올 가능성도 있다), 한 술 더 떠서 4월에는 본래대로라면 한참 뒤에 해금되어야 할 팝픈뮤직 20의 게임 요소(PHASE MAX)가 한국에서 몇 달 먼저 해금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다행(?)히도 일본에서도 그 뒤 1주 안에 해금 커맨드가 뚫리면서(…) 상위 플레이어들의 의욕을 심하게 꺾게 되는데, 여하튼 이런 일련의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듯 한국 내의 비매니 게임 시장은 매우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형태로든 정식 발매 창구를 찾는 것이겠으나—-홍콩을 예로 들면, 홍콩 내에 있는 비트매니아 IIDX의 숫자가 10대 남짓 함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정식으로 발매가 되어 이어뮤즈먼트까지 쓸 수 있다—-, 과연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업체가 국내에 존재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2. 팝픈뮤직 레벨은 1부터 43까지 존재하는데, 1부터 39까지는 난이도와 대략 선형적으로 비례하고, 40은 39보다 두 배 정도 어려우며, 41은 40보다 서너배, 42와 43은 41보다 열 배 이상 어렵다(42와 43 사이의 난이도 차이는 개인차가 너무 심해서 수치로 표현할 수가 없다). 팝픈뮤직에서 최고 난이도의 곡은 비매니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어려운 곡에 속하는데, 같은 비매니 시리즈인 유비트랑 비교하면 대략 유비트 레벨 10이 팝픈뮤직 레벨 39~40에 대응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3. 비시바시 챔프에도 버튼은 9개(플레이어 세 명 당 세 개씩) 있고, 한 줄로 배치된 것만 빼면 외관상으로는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비시바시 버튼은 빨강·초록·파랑 세 종류밖에 없는 반면 팝픈뮤직은 다섯 종류의 색깔이 필요하고, 비교적 나중에 정발된 후속작인 더 비시바시에서는 9개의 버튼 말고도 플레이어 별로 작은 노란 버튼이 생겼기 때문에 많이 멀어진 게 사실이다. 

  4. 유비트 초기작에서 플레이어 레벨의 최상위 단계는 SS였고 그 아래는 S4였다. 그런데 나는 S4를 찍기는 했지만 SS의 요구 조건, 엑설런트(100% 완벽한 플레이) 1곡 이상을 본 순간 이건 무리라고 생각하고 생각하기를 그만 두었다. (다른 요구 조건으로는 EXTREME 평균 95만점 이상… 같은 게 있었는데 당시에는 92만점이긴 했지만 계속 꾸준히 했다면 어렵지 않게 가능했으리라 본다.) 유비트에서 엑설런트가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건 나중에 리플즈가 나온 뒤 BASIC부터 꾸준히 플레이를 하면서야 알게 되었다. 

  5. 내 최선의 예측으로는 전자는 0.1% 이하, 후자는 20% 정도이다. 전자는 일본에서 레벨 43 전곡 클리어자가 사일런트를 전곡 클리어자의 1/3 정도라는 통계에서 나왔고, 후자는 JubeatInfo 랭크 통계에서 추측한 것이다. 

  6. 이건 신규 유입자 입장에서도 피곤한게, 처음 하는 사람은 보통 어느 정도 하면 7~8에서 정착하게 되는데 여기 속하는 곡들의 레벨 산정이 찍기라면 플레이를 할 맛이 안 날 것이다. 참고로 앞에서 레벨 8 얘기는 했지만 7은 안 했는데, 7은 산정 방법이 이상한 건 아니지만 지뢰곡들이 몇 개 깔려 있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7. 저 글 쓴 뒤에 몇 번 더 갱신해서 지금은 91만점을 조금 넘긴다. 아, 물론 아직 에어레이드는 못 한다. 이 글 쓰는 시점에서 아직도 S를 못 찍은 단 하나의 곡이다. orz 

회사에서 Redis 클라이언트를 써서 뭔가를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프로토콜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것에 따로 라이브러리까지 필요한가 싶어서1 그냥 점심 시간 즈음에 짧게 구현해 보았다. 파이썬으로 에러 체크까지 포함해서 50줄. 매우 만족스럽다.


  1. 사실 깔려 있긴 한데 virtualenv 안쪽이라서 enable하기 귀찮았다. 

뭔가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걸 절실하게 필요로 할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럼 자기가 원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그걸 배우게 될 것이다. 한 가지 단점은 그렇게 한다고 그 상황이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

최근 열흘 정도 동안 짬짬이 파이썬, PHP, Sikuli, Swing, Mechanize, SQLite, qmail(??), 그리고 크로뮴(???????)이 섞여 있는 기괴한 프로그램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짜다가 돌발 변수로 프로젝트가 반쯤 접혔는데, 덕분에 Sikuli와 qmail 소스는 정말 거하게 봤으나 프로젝트가 접히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생각난 얘기.

이틀 전 외출 후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 플랫폼에서 촬영. 아무리 우측 통행을 그렇게 강조하고 싶었어도 이건 너무 무리수를 뒀다. 뭔 말인지 모르시겠다면 저걸 180도 회전한 뒤에 당신이 우측 통행을 하고 있는 경우를 상상해 보라.

이 그림을 올리고 바로 “그래도 우측 통행을 하면 건너는 시간차가 있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음, 하긴 횡단보도 등이 켜져 있는데도 무작정 전진을 하려는 차량이 없다면 그게 옳은 말이다(아마도 20%라는 통계는 그것에서 나온 게 아닐까). 근데 2차로 정도로 좁은 길에서 흔히 그러듯이 횡단보도 무시하고 진행하는 차량이 있으면 다 필요 없고 대각선으로 건너는 게 가장 안전한 듯….

이틀 전 외출 후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 플랫폼에서 촬영. 아무리 우측 통행을 그렇게 강조하고 싶었어도 이건 너무 무리수를 뒀다. 뭔 말인지 모르시겠다면 저걸 180도 회전한 뒤에 당신이 우측 통행을 하고 있는 경우를 상상해 보라.


이 그림을 올리고 바로 “그래도 우측 통행을 하면 건너는 시간차가 있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음, 하긴 횡단보도 등이 켜져 있는데도 무작정 전진을 하려는 차량이 없다면 그게 옳은 말이다(아마도 20%라는 통계는 그것에서 나온 게 아닐까). 근데 2차로 정도로 좁은 길에서 흔히 그러듯이 횡단보도 무시하고 진행하는 차량이 있으면 다 필요 없고 대각선으로 건너는 게 가장 안전한 듯….


텀블러를 씁니다.